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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졌다. 사고는 아니고 잠시 방향을 틀려다가 넘어졌는데 몸은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내 몸보다는 오토바이가 고장날까봐 더 걱정됐고, 넘어진 내 모습을 마침 쿠팡 기사님이 앞에서 지켜보셨다. 나를 보더니 잠시 도와줄까 하다가 별일이 아니다 싶었는지 본인 배달을 하기 위해 주택가로 들어섰다. 얼굴에서 땀과 함께 “나 지금 무지 바뻐”와 같은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막상 다시 배달을 시작하려고 출발하려고 보니 배달통에 있는 치킨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가 넘어졌으면 치킨은 엎어졌을까? 걱정이 됐지만 바쁘기에 일단 배달을 하러 시동을 걸고 다시 출발했다. 다행히, 오토바이는 고장없이 여전히 잘 나갔다.

손님의 집 앞에서 도착해서 보니 내 예상처럼 치킨이 엎어져있었다. BHC 치킨이었는데, 치킨을 담아둔 봉지안에서 치킨가루가 쏟아져 있었다. 배민커넥트에 연락을 해볼까? 잠시 망설였지만 일단 봉지안에 있는 치킨가루만 빼내고 배달을 마치기로 마음 먹었다.

만약에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온다면 오토바이가 넘어져서 치킨이 쓰러졌다고 솔직히 말할 작정이었다. 내가 물어줄 금액은 21,000원. 담배하나 피면서 배달을 잠시 쉬기로 했다. 이런 경우에는 주문한 사람이 배민에 연락해서 음식이 왜 이 모양이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다. 

까다로운 손님인데, 이런 손님이 걸리면 음식값을 물어내주고 그 음식은 배달한 기사한테 연락이 온다. 기사님, 손님께서 음식물이 다 쏟아졌다는데, 별일 없으셨나요? 고객센터는 기사들한테 친절한 편이다. 제가 오토바이 타다가 넘어져서 그렇습니다. 배상할게요, 라고 말하면 고객센터에서는 손님한테 음식을 다시 배달해줄테니 먹지 말고 문 앞에 놓으라고 하고, 고객센터에서는 배달한 기사에게 그 음식을 회수하라고 연락이 온다.

그래서 나는 혹시 모를까봐 한 20분 정도 쉬면서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온다면 오늘 야식은 BHC 치킨으로 먹을 요량으로. 


20분 정도가 지났다.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음식을 주문한 손님이 그냥 먹기로 했나 보다. 아니면 엎어졌는지 모르고 있거나. 아무튼, 다행이다.